
첫 항암치료를 마친 뒤 예상보다 기력이 크게 떨어지면 환자와 가족은 불안해진다. 식사하거나 씻는 일도 버겁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으면 앞으로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한다.
항암치료 후 피로는 첫 회차부터 나타날 수 있다. 다만 기력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항암제가 맞지 않는다거나 치료 효과가 없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피로의 정도와 지속 기간, 함께 나타나는 증상을 살펴 회복을 방해하는 원인을 확인하는 일이다.
첫 항암 후 피로, 회복 시점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려워
암 관련 피로는 평소 무리한 뒤 느끼는 피곤함과 다를 수 있다. 충분히 쉬거나 잠을 자도 쉽게 나아지지 않고, 신체 활동뿐 아니라 집중력과 의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치료 종류와 일정, 용량에 따라 피로가 나타나는 시점과 정도가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다른 환자가 며칠 만에 회복했다는 경험을 자신의 회복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 American Cancer Society
첫 치료 후에는 언제 가장 힘들었고, 언제부터 조금 나아졌는지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이러한 정보는 다음 회차의 생활 일정을 준비하고 부작용 관리 방법을 상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항암 때문이겠지’ 넘기기 전에 식사·수분·체온 확인
기력 저하에는 치료 자체 외에도 여러 원인이 겹칠 수 있다. 구역질과 구토로 먹는 양이 줄거나, 설사로 수분을 잃으면 몸이 더 처질 수 있다. 통증과 수면 부족, 일부 약물의 졸림도 영향을 준다.
빈혈이나 감염처럼 별도의 평가와 치료가 필요한 원인도 있다. NCI는 피로를 평가할 때 진찰과 혈액검사 등을 통해 빈혈과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첫 항암 후 힘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빈혈이나 백혈구 감소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NCI
집에서는 평소보다 얼마나 먹고 마셨는지, 구토나 설사가 있었는지, 소변량이 줄었는지, 열이 나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기운이 없다”는 말에 이런 정보를 더하면 의료진이 상태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쉬되, 움직일 수 있는 날에는 짧게 활동
피로가 심한 날에는 활동을 줄이고 휴식해야 한다. 집안일을 평소처럼 해내거나 운동량을 채우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상태가 허락하는데도 하루 종일 누워 지내는 생활이 이어지면 체력 저하가 더해질 수 있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통합종양학회(SIO)의 2024년 지침은 치료 중 피로를 줄이는 방법으로 환자 상태에 맞춘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권고한다.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처음부터 긴 산책을 목표로 하기보다 집 안을 잠깐 걷거나, 앉아서 가볍게 팔다리를 움직이는 수준부터 시작할 수 있다. 활동 뒤 피로가 크게 심해지면 양을 줄인다. 어지럽거나 숨이 차고, 걷다가 휘청거린다면 운동을 밀어붙이지 말고 먼저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한 끼를 많이 먹기보다, 먹을 수 있는 양을 나눠서
식욕이 떨어졌을 때 큰 식사를 억지로 마치려 하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소량의 식사와 간식을 나누고, 비교적 입맛이 있는 시간대를 활용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죽을 먹는다면 견딜 수 있는 범위에서 충분히 익힌 달걀이나 두부, 생선살 등을 곁들여 열량과 단백질을 함께 보충할 수 있다. 물도 한 번에 많이 마시기보다 조금씩 나눠 마신다. 신장·심장질환 등으로 식사나 수분 제한을 안내받았다면 해당 지침을 우선한다.
NCI는 피로 관리에 필요한 영양 섭취를 위해 영양사 상담을 활용하고, 세 끼의 큰 식사보다 여러 번의 작은 식사가 편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NCI
구역질이나 입안 통증 때문에 못 먹는다면 보양식만 찾기보다 증상 조절을 함께 받아야 한다. 먹고 마시기 어려운 원인을 줄이는 것이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낮잠과 집안일도 조절…기운이 있을 때 중요한 일부터
피로가 심할 때는 짧게 쉬되, 낮 동안 오래 자면서 밤잠이 흐트러지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비교적 기운이 있는 시간에 씻기나 식사 등 필요한 일을 하고, 청소·장보기처럼 부담이 큰 일은 가족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다.
국가암정보센터는 자주 쓰는 물건을 손이 닿기 쉬운 곳에 두고, 피로가 심해지는 상황을 기록하며, 주변의 도움을 받아 에너지 소모를 줄이도록 안내한다. cancer.go.kr
보호자는 “기운을 내야 한다”는 말보다 식사 준비나 이동처럼 구체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편이 도움이 된다. 환자가 할 수 있는 일과 쉬어야 하는 일을 함께 조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발열·호흡곤란·심한 어지럼은 기다리지 말아야
다음 증상이 있다면 단순한 항암 후 피로로 넘기지 말고 신속히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 38℃ 이상의 발열이나 오한이 생기는 경우
- 물도 유지하기 어려운 구토나 심한 설사가 이어지는 경우
- 소변량이 뚜렷하게 줄거나 일어설 때 심하게 어지러운 경우
- 갑자기 숨이 차거나 흉통, 실신, 의식 변화가 생기는 경우
- 기력이 급격히 떨어져 혼자 일어나거나 걷기 어려운 경우
특히 항암치료 중 발열은 감염의 유일한 신호일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38℃ 이상의 열이 나면 즉시 의료진에게 연락하도록 안내한다. 병원에서 별도로 받은 연락 기준이 있다면 이를 우선하고, 심한 호흡곤란이나 의식 변화 등 응급 증상이 있으면 119 또는 응급실을 이용해야 한다. CDC
첫 항암 후 회복의 목표는 곧바로 평소 생활로 돌아가는 데 있지 않다. 먹고 마실 수 있는지,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휴식 후 조금씩 나아지는지를 살피는 것이 먼저다. 피로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이 어렵거나 회복되지 않는다면 다음 항암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치료팀과 상의해야 한다.
자료: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암 관련 피로·빈혈 안내, 미국암학회(ACS) 암 관련 피로 안내, ASCO–SIO 2024년 피로 관리 진료지침, 국가암정보센터 피로관리 안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항암치료 중 발열 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