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흔히 듣는 말처럼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부서마다 소위 ‘저성과자’라는 용어와 자주 만나게 됩니다.
중간관리자보다 동료 직원들이 먼저 알려 줍니다.
저 사람은 자리만 차지하고 일을 안 해서 우리가 그 몫을 분담하느라 힘들다는 넋두리와 함께.
그때부터 저도 그 직원을 ‘저성과자’로 바라보게 됩니다.
호기심 반 용기 반으로 서너 명의 ‘저성과자’와 접촉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을 ‘저성과자’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비난받거나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자신을 문제없는 사람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구체적인 증거와 증언을 제시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에는 “내가 저성과자라면 저 사람도 저성과자일 텐데 왜 유독 나에게만 시비를 거냐?”고 불공정성을 거론합니다.
절벽을 마주한 느낌이 들어 관심을 내려놓으려 할 때 어느 평직원의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처음부터 저성과자였던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개도 젊어서는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었어요.”
저성과자라는 개념은 당연히 상대적입니다. 높다 낮다는 기준도 상대적이고, 높다 낮다를 평가하는 방법도 주관적이지요.
저도 어느 곳에서는 저성과자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당사자는 조직적 무기력을 학습한 것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했으나 기대했던 성과가 없어 좌절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저성과자’ 프레임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저성과자’를 개인적 무능으로만 단죄하는 것은 비겁한 책임 회피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성과’로만 바라보는 일은 당연히 비인간적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나를 차갑고 편협한 조직인의 굴레에 가두는 것이 억울하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누군가의 가족이자 좋은 이웃이고, 행복과 인간성을 추구하는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그들은 괴물이 아니니까요.
따라서 그들이 변하기를 강요하기보다는 우리가 먼저 바뀌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유익합니다.
유통기한이 명확한 회사원과 조직인의 ‘시각’은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 시간이 빠를수록 우리는 더 넉넉한 사람, 더 다채로운 삶을 만나게 되겠지요.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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