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강연장에서 만난 정호승 시인님의 사인이 담긴 시집을 꺼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책장을 펼치니 짧은 시들이 여백을 사이에 두고 놓여 있다.
빼곡한 글보다 넉넉한 여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 편을 읽고 다음 장으로 넘기려다 다시 앞장으로 돌아간다.
몇 줄의 문장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어떤 시에서는 마음이 울컥하고,
어떤 시에서는 잠시 읽기를 멈춘다.
짧은 문장인데도 쉽게 넘길 수가 없다.
시 속의 단어 하나가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게 하고,
평범한 문장이 잊고 있던 누군가를 생각나게 한다.
가을이라 그런지 시가 조금 더 깊이 다가온다.
시집을 읽는 동안 잠시 하던 일을 잊고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인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시인의 언어를 빌려 내 마음을 읽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시집 한 권을 펼쳐 놓고, 몇 편의 시와 함께 가을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