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왼쪽)이 '2026 창업오디션' 대상 수상자인 최준호 보이지벤처스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보이지벤처스 제공)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 선 바리스타에게 새 메뉴는 곧 새로 익혀야 할 작업 순서를 뜻한다.
무카페인 음료를 들이려는 카페가 맛 못지않게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번거로운지를 먼저 따지게 되는 이유다. 무카페인 음료가 메뉴판 한쪽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팔리려면 바리스타가 부담 없이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현장의 고민에 맞춘 제로카페인 대체커피 '타리(TARI)'를 개발한 보이지벤처스(대표 최준호)가 지난 29일 수원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막을 올린 '2026 창업오디션'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 상에는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이 걸려 있었다.
■ 매일 만들던 메뉴에 그대로 얹는다
타리는 바리스타가 이미 다루고 있는 메뉴 구성을 흔들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메리카노와 라떼처럼 하루에도 여러 번 만드는 음료에 활용할 수 있게 개발돼, 무카페인 메뉴를 위해 레시피를 처음부터 새로 짜야 하는 수고를 덜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작업대 위 장비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도 바리스타에게는 반가운 부분이다. 별도의 디카페인 전용 머신 없이 제조할 수 있으므로, 바 공간이 좁은 매장이라도 새 기계를 둘 자리부터 고민할 필요가 없다.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를 떠올리면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제로카페인 대체커피 메뉴 하나만 다른 기계와 다른 순서로 만들어야 한다면 바의 흐름이 끊기기 쉬운데, 평소 쓰던 장비 안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그런 병목을 피할 수 있다.
맛의 바탕에는 커피 향미 분자를 설계하는 기술이 깔려 있다. 보리·치커리로 만든 기존 대체커피에서 느껴지던 곡물 향을 줄이는 데 이 기술을 썼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제로카페인 대체커피라도 손님이 받아 든 잔에서 커피다운 향이 나야 바리스타가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 누가 만들어도 비슷한 한 잔
여러 바리스타가 교대로 근무하거나 매장이 여러 곳으로 늘어나면, 같은 메뉴라도 만드는 사람과 장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문제가 생기기 쉽다. 타리는 표준화된 배합을 적용해 이런 매장 사이의 맛 편차를 줄이도록 설계됐다.
정해진 배합이 있으면 새로 들어온 직원이 메뉴를 익히는 과정도 한결 단순해질 수 있다. 제로카페인 대체커피를 처음 들여놓는 매장이라도 정해진 기준을 따라 음료를 내면 되기 때문에 교육에 드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다.
손님 쪽에서도 일관성은 중요한 문제다. 지난번에 마신 무카페인 라떼가 다음 방문 때 전혀 다른 맛이라면 다시 주문하기를 망설이게 되는데, 배합이 고정돼 있으면 이런 경험의 차이를 좁힐 수 있다. 같은 원료를 쓰는 다른 매장에서도 비슷한 맛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 메뉴판에 한 줄을 더하는 일
최준호 대표는 이 제품이 카페 메뉴의 폭을 넓히는 데 쓰이기를 기대했다. 그는 "바리스타가 기존 메뉴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대체커피로 카페에 새로운 무카페인 메뉴 선택지를 제공하고, 개인카페와 로스터리, 프랜차이즈까지 공급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 자신도 카페를 운영하면서 디카페인 메뉴를 갖추는 일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겪었고, 그 경험이 제품 개발에 반영됐다. 소비기한을 18개월로 확보한 것 역시 원료를 자주 주문하기 어려운 소규모 매장의 사정을 고려한 부분으로 읽힌다.
카페를 찾는 손님 입장에서 보면 메뉴판에 카페인 없이 즐길 수 있는 커피 음료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보이지벤처스가 그리는 제로카페인 대체커피의 쓰임새도 결국 바리스타의 손을 거쳐 손님의 잔에 담기는 순간에 맞춰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