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전승환] 부모를 돌보느라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는 청년들

▲전승환/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부모가 아프면 자식이 돌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도리다. 그러나 그 돌봄이 자녀의 학업을 중단시키고, 취업의 기회를 빼앗으며, 결혼과 미래까지 포기하게 만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것은 더 이상 한 가족의 효도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복지의 사각지대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영케어러(Young Carer)', 즉 가족돌봄청년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부모, 형제자매를 돌보느라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이다. 이들은 병원 동행부터 식사 준비, 가사노동, 간병, 생계 책임까지 짊어진다. 또래들이 취업을 준비하고 미래를 설계할 때 이들에게는 가족의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 먼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희생이 좀처럼 사회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족을 돌보는 일은 사적인 영역이라는 인식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기조차 어렵다. 부모의 아픔을 외부에 알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고통을 혼자 감당한다. 그렇게 청년의 시간은 간병과 생계의 무게 속에서 사라진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실태조사를 통해 추산한 가족돌봄청년은 전국 9만2,093명이다. 다만 조사 기준과 연령 범위에 따라 추정치가 달라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숫자조차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청년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제도적 대응에 나섰다. 2026년 3월부터 가족돌봄 아동·청년과 고립·은둔 아동·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이 시행됐고, 보건복지부의 일상돌봄 서비스에는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돌봄·가사·식사·영양관리·심리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법이 생겼다고 현장의 어려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원 제도가 있어도 정작 대상자가 자신이 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지역마다 지원 여건이 다르고, 복잡한 신청 절차와 까다로운 증빙 요건은 이미 지친 청년들에게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


이제 정책의 중심을 단순한 금전 지원에서 실질적인 돌봄 부담 완화로 옮겨야 한다. 가족을 대신해 간병과 가사를 맡아줄 서비스를 확대하고, 청년들이 학업과 취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교육비와 생계비 지원을 연계해야 한다.

 

심리상담과 휴식 지원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교와 병원, 지방자치단체가 위기 가정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기관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가족을 돌보는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니라 기회다.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자신의 미래까지 희생해야 하는 사회라면 그것은 건강한 복지국가라고 할 수 없다. 효도는 강요할 수 있는 의무가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마음이며,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 청년들이 부모의 병간호와 생계의 무게에 짓눌려 미래를 준비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부모를 돌보는 청년의 희생을 개인의 효심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 가정의 어려움을 사회가 함께 짊어지는 것, 그것이 복지국가의 기본이며 공동체의 존재 이유다. 청년에게 부모를 돌볼 마음만 요구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도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 부모를 돌보느라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는 청년들(필자 전승환 제공) ⓒ한국공공정책신문




전승환

학교법인 동광학원 감사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조정위원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Job & Future News 논설위원





작성 2026.11.02 11:05 수정 2026.11.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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