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0월 29일 별세한 배우 최불암에게 문화예술 분야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한국 방송과 공연예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오랜 세월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고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결정이다.
금관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뚜렷한 공적을 세우고 국민문화 향상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문화훈장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이다. 최불암은 2014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 금관문화훈장을 추서받게 됐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67년 동안 연극과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교양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한국 대중문화의 성장과 함께했다. 특히 평범한 이웃의 삶과 가족의 애환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인 ‘수사반장’은 한국형 수사극의 기틀을 마련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최불암은 18년 동안 박영한 반장 역을 맡아 범죄를 해결하는 수사관의 모습과 함께 인간적인 고뇌와 정의감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이해하는 인물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는 22년 동안 양촌리 김 회장으로 출연하며 한국 농촌사회의 변화와 가족 공동체의 모습을 전달했다. 세대 간 갈등과 이웃의 어려움을 품어내는 김 회장의 모습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아버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최불암의 활동은 드라마와 영화에 머물지 않았다. 2011년부터 14년 동안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며 전국 각지의 음식문화와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지역마다 이어져 온 식생활과 전통을 조명하면서 음식을 통해 한국인의 역사와 공동체 문화를 기록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방송 활동과 더불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1985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으로 활동하며 국내외 취약계층 어린이를 지원하는 일에 힘썼다. 오랜 기간 후원 활동을 이어가며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어린이들의 성장과 복지 향상에 기여했다.
사단법인 제로캠프 이사장으로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예술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회에 적응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참여했다.
최불암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방송 환경 속에서도 인간의 삶과 관계를 중심에 둔 연기를 이어왔다. 수사관과 농촌의 가장, 음식문화의 안내자에 이르기까지 그가 맡았던 역할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이번 금관문화훈장 추서는 한국 대중문화의 발전에 기여한 연기자로서의 업적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 온 삶을 함께 기리는 의미를 지닌다. 고인이 남긴 수많은 작품과 방송 기록은 한국 사회의 변화와 일상을 보여주는 문화적 자산으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