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돈을 번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누군가에게 필요한 결과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중국에서는 도우바오(豆包)를 활용해 숏폼 영상 대본과 감성 오디오 원고, 업무 보고서 등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중국에서 출간된 한 실용 가이드북을 통해 한국에서도 시도해 볼 만한 AI 수익화 모델을 살펴본다.
AI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지부터 막막해진다. AI에게 글을 써달라고 하거나 이미지를 만들어 달라는 수준에서 활용이 멈추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조금 다른 접근법이 등장하고 있다.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AI 챗봇 '도우바오(豆包)'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명령어를 템플릿으로 만들고 결과물을 하나의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 동방출판사(东方出版社)에서 출간된 『图解豆包极简变现』은 이러한 활용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책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거창한 기술이나 전문적인 개발 능력이 없어도 시도할 수 있는 수익화 방식이다. 한국에서도 챗GPT, 클로바X, 뤼튼 등 다양한 생성형 AI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중국에서 소개된 세 가지 모델을 살펴보자.
첫 번째 모델은 웹소설의 주요 장면을 짧은 영상 대본으로 각색하는 일이다.
중국에는 판타지와 회귀, 재벌, 복수 등을 소재로 한 웹소설 플랫폼이 발달해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방식은 이들 작품의 주요 장면을 1분 안팎의 숏폼 영상으로 각색해 독자의 관심을 끌고, 플랫폼 유입이나 신규 가입에 따른 수수료를 얻는 구조다. 작업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다.
먼저 원작에서 반전이나 갈등이 강한 장면을 골라 핵심 내용을 추린다. 이후 도우바오에 숏폼 드라마 작가 역할을 부여하고, 소설의 내용을 위챗 채팅 대화처럼 짧고 속도감 있는 대사로 바꾸도록 지시한다.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지문도 추가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본은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등장인물별 AI 음성을 입히고 숏폼 영상으로 완성한다.
책에서는 영상 조회수나 신규 가입자 유입에 따라 수익을 얻는 구조를 설명하며, 건당 약 300~500위안(한화 약 60,000원~100,000)의 사례를 제시한다. 이 모델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웹소설이나 웹툰, 출판 콘텐츠를 활용한 숏폼 마케팅 대본 제작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웹소설 플랫폼이나 콘텐츠 제작사, 개인 작가를 대상으로 작품 홍보용 영상 대본을 납품하는 방식이다.
다만 원작을 무단으로 각색하거나 홍보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거나 사용이 허락된 콘텐츠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감성 오디오 콘텐츠의 대본을 제작해 판매하는 모델이다.
중국 숏폼 플랫폼에서는 인간관계와 우정, 자기계발, 인생 조언, 새벽 감성 등을 주제로 한 오디오 콘텐츠가 활용되고 있다.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채널 운영자에게 가장 큰 부담은 꾸준히 원고를 작성하는 일이다.
이때 AI를 활용하면 제작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인의 가장 좋은 우정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라는 주제를 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도우바오에 감성 작가 역할을 부여하고 도입부와 본론, 결론으로 구성된 1분 분량의 오디오 대본을 요청한다. 본론에는 두 가지 관점을 넣고, 마지막에는 기억에 남을 문장과 댓글 참여를 유도하는 내용을 추가하도록 지시한다.
AI가 초안을 만들면 사람이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더한다. 기계적으로 느껴지는 문장을 자연스럽게 다듬고, 듣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을 넣는 것이다. 책에서는 500자 안팎의 원고 한 편을 약 50~150위안(한화 약 10,000원~30,000원)에 판매하는 사례를 소개한다. 콘텐츠 제작자나 MCN 기업을 대상으로 원고를 납품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모델이다.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에서 활동하는 개인 크리에이터는 물론, 기업의 브랜드 채널과 콘텐츠 대행사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원고를 필요로 한다. 이들에게 감성 콘텐츠와 자기계발 대본, 짧은 내레이션 원고를 묶음으로 제공한다면 하나의 콘텐츠 제작 서비스가 될 수 있다. 특히 단순히 글 한 편을 판매하는 데서 벗어나 채널의 분위기와 주요 시청자층에 맞춰 주간 또는 월간 원고를 공급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업무 보고서와 직무 성과 보고서를 작성하는 서비스다.
직장인이라면 연말이나 인사평가 시기에 업무 실적을 정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얼마나 번거로운지 잘 알 것이다. 자신이 한 일을 정리하는 것과 이를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문서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가이드북은 이러한 수요를 AI를 활용한 문서 대행 서비스로 연결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핵심은 고객에게 처음부터 보고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직무와 주요 성과, 잘한 점 세 가지, 부족했던 점, 다음 해 계획 등을 담은 정보 수집 양식을 먼저 전달한다. 고객이 빈칸을 채우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 초안을 작성한다. 이때 도우바오에 비즈니스 문서 전문가 역할을 부여하고, 성과 회고와 핵심 실적, 문제점 및 개선 방향, 향후 계획 등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눠 작성하도록 지시한다.
이후 작성자는 고객의 실제 업무와 업종에 맞는 전문 용어를 반영하고 수치와 표현을 검수한다. 책에서는 1,500~2,000자 분량의 개인 업무 보고서 한 건에 약 199~500위안(한화 약 40,000원~100,000원), 기업 행사 연설문에는 약 500~2,000위안(한화 약 100,000원~400,000원)을 받는 사례를 제시한다.
한국에서도 직장인과 소상공인, 프리랜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업무 실적 정리와 사업계획서 초안, 제안서, 회의 결과 보고서, 행사 인사말, 교육자료 등을 제작하는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다. 다만 고객의 업무 자료와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보안과 비밀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실제 성과와 다른 내용을 만들어 내거나 고객의 실적을 임의로 부풀려서는 안 된다.

위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AI 자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이용해 만든 결과물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숏폼 대본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영상 대본을 제공하고, 매일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운영자에게는 오디오 원고를 공급한다. 보고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에게는 정리된 문서를 만들어 준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프롬프트다.
단순히 '보고서를 써줘'라고 입력하는 대신 AI에 어떤 역할을 부여할지, 어떤 정보를 활용할지, 어떤 순서로 작성할지, 결과물의 분량과 문체는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정한다. 한 번 좋은 결과를 만드는 명령어를 확보하면 비슷한 업무에 반복해서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고객별 요구사항을 반영하면 작업 시간을 줄이면서 일정한 품질의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다. 결국 프롬프트는 단순한 명령어가 아니라 작업 방법을 표준화하는 도구가 된다.
중국의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플랫폼의 수익 배분 방식과 콘텐츠 시장, 고객의 구매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책에서 제시한 금액 역시 중국에서 소개된 사례이지, 누구나 같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에도 눈여겨볼 부분은 분명하다.
한국에서도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문서를 정리하는 수요는 존재한다. 개인 크리에이터와 소규모 콘텐츠 제작사,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은 전문 인력을 별도로 고용하지 않고도 필요한 결과물을 얻을 방법을 찾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반드시 새로운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이 아니다. 이미 이용할 수 있는 AI를 활용해 특정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숏폼 대본 제작에 집중하거나, 소상공인을 위한 SNS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제작하거나, 기업의 회의록과 보고서 초안을 정리하는 서비스부터 시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큰 사업을 구상할 필요도 없다. 특정 분야를 정하고, 반복해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롬프트를 만든 뒤, 실제 고객에게 필요한 결과물을 제공해 보는 것이다.
물론 AI가 작성한 내용을 그대로 납품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사실관계와 수치를 확인하고, 고객의 업종과 상황에 맞게 표현을 다듬는 사람의 역할이 필요하다. AI가 만든 초안에 사람의 경험과 판단을 더해야 비로소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만한 결과물이 나온다.
AI 시대의 새로운 부업은 기술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보다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AI를 활용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의 도우바오 활용 사례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AI에게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지만, 중국의 이 사례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AI로 무엇을 만들어 누구에게 판매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AI에게 글을 써달라고 요청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나만의 작업 방식을 만들고 이를 서비스로 발전시켜 보는 것. 중국에서 소개된 이 작은 실험을 한국에서도 시작해 볼 만하지 않을까.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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